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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가 책이 된 사연

JUHNS 2008. 6. 4.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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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대한 반응이 참 재미있다

하나는 ‘놀랍고 부럽다’ 이고 또 다른 하나는 ‘뭐 그런 분야에 있는 사람인가 보다’ 하는…

‘놀랍고 부럽다’는 의미는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는 아이들에 대한 부러움이고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자신만의 소중한 추억을 책으로 엮어서 볼 수 있는 좋은 엄마 아빠를 가져서 아이들은 참 행복하겠다’ 하는 것이고 ‘놀랍다’는 것은 ‘바쁜 와중에서도 언제 그런 일을 다 벌렸냐’며 놀라는 반응이다

그러면서도 시샘이 있는 사람들은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넉넉한 사람이려니 생각하기도 하고 대충 뭐 책을 만드는 그렇고 그런 분야에 근무하는 사람이려니 생각한다.

난 결코 경제적으로 넉넉한 사람도 아니고 이전에 책을 만들어 본 경험도 전무하다.

그렇지만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도 마음만 먹으면 이렇게 자신만의 기록이 담긴 책을 만들어가질 수 있다는 꿈을 주었다는 면에서 조금은 자위할 수 있을 것 같다

교회에서 생면부지의 사람이 여누 아빠시죠? 하며 아는 체를 해 올 때 책이 가지는 위력을 실감하게 된다.

 

블로그를 쓰면서 포스트가 점점 많이 쌓이자 이걸 한번 책으로 엮어보면 어떨까 생각하게 되었다. 책으로 낼 마음을 처음부터 먹었더라면 좀 더 하루하루의 기록을 꼼꼼하고 책이 될 만한 내용으로 엮어둘걸 하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블로그 내용을 조금씩 모아 퇴고를 거쳐 구성만 잘 하면 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책 만들기 사이트도 몇 군데 기웃거려 보고 실제로 포스트 내용을 가지고 책을 만들어준다는 이글루스에도 포스트를 가공하여 올려보곤 했는데 시간 때문에 쉽지는 않았다.

 

시간 나는 대로 틈틈이 내 블로그에서 발췌하여 카테고리 별로 정리를 하였는데 갑자기 바빠진 업무 때문에 차일피일 하다가 어느해 여름 회사 여직원이 출산과 산후조리 때문에 장시간 사무실을 비우게 되면서 대학에 다니는 조카들이 여직원이 출근 할 때까지 교대로 우리 회사에 들러 업무를 보조해 주게 되었다.  그때 우연히 조카들과 책을 만들어 볼 생각이라며 내 구상을 얘기 하고 임시 보조 업무가 끝날 즈음 그 중 한 조카에게 부탁하여 방학 기간동안 아르바이트로 나와 함께 책 한 권 만들어 보지 않겠냐고 제의를 하였다.

내가 생각하는 편집 방향과 내용을 설명하고 그것과 가미해서 조카 나름대로 창의성을 발휘하여 편집해 보라고 맡기게 되었다.

 

겨울 방학을 이용하여 조카는 처음 해 보는 일 치고는 아주 꼼꼼히 내 육아블로그를 뒤져 포스트를 모으고 사진들을 가공하여 초고를 완성하였다.

밤을 새워 퇴고를 하고 나서 자신의 책을 출간해 본 경험이 있는 지인의 도움을 받아 출판사를 소개 받고 책을 만들기 위한 전문 편집을 맡겼다

 

표지 디자인은 지금까지 쓰고 있는 블로그의 바탕화면을 그대로 쓰고 싶어 야후에 특별히 부탁해서 일러스트 작가 선생님께 허락을 득하였다

이렇게 해서 생각보다 훨씬 산뜻한 책의 표지가 완성되었다

 

책이 나오자 주위의 반응은 의외로 좋았다.

특히 아빠가 육아에 참여한다는 부러움을 한 몸에 받게 되었다.

저자 사인을 해서 책을 선물하면서 자연스럽게 주위의 이웃들과 친밀한 관계가 되었다.  또한, 떨어져 사는 친지들에게도 자신의 삶과 아이들의 존재를 자연스럽게 알리고 관심을 유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세상살이는 결국 서로에게 관심과 사랑이다.

우리 아이들이 이런 자신만의 책을 통하여 주위로부터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자라는 계기가 되고 그런 사랑과 관심으로 인하여 스스로를 더욱 소중한 존재로 인식할 때 아이의 성장이 건전해 질 수 있음을 믿는다.

 

육아일기를 책으로 엮으면서 신경을 쓴 것은 책의 구성이었다.

일정한 카테고리 별로 묶는다든지 아니면 아이의 성장에 따른 시간 순으로 묶는 등과 같이 특별한 구획이 필요했다.

그렇지 않으면 일기와 같이 그날이 그날 같은 그저 밋밋한 구성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어떤 사진과 글을 넣을 것인가 사전에 나름대로 편집을 거친 후 출판사 디자이너와 협의해서

내가 원하는 편집 의도가 충분히 살 수 있도록 하였다.

책을 만들며 처음부터 비매품으로 한정하여 만들었기 때문에 출판사 이름과 책의 가격 등은 고려하지 않았다.

물론 판매할 가치가 있을 만큼 구성이나 내용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만의 이야기가 있는 책에 값을 메긴다는 것이 솔직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세상에는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책도 있는 것이니까

 

책이 한 권 완성되고 나서 1년 후 둘째 아이를 위해 또다시 책을 한 권 더 만들었다.

이번엔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편집 의도를 가지고 만들어 보았다.

무지하게 힘든 일이었다.

책이라기 보단 나는 이것을 글이 있는 앨범이라 부른다.

깊은 사랑을 받고 자랐던 자신만의 소중한 기억을 오롯이 담은 책이 있다는 것은 어쩌면 아이들에게도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다.